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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각

화장에 대한 단상 feat.탈코르셋

by harumood 2018.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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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에 대한 단상 feat.탈코르셋


인위적인 외모를 거부하는 개인적인 취향(?)덕에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화장실에서 열심히 화장을 해도 신경쓰지 않고 화장을 하고 다니지 않았다.


남자애들이 직접적으로 "넌 왜 눈썹을 안그리냐" 혹은 간접적으로 다른친구에게 "걘 화장 왜 안해?" 라며 별 시덥잔은 얘기를 하는 걸 듣기도 했었다.


대학을 사회체육학과로 갔다. 

이제는 화장도 하지말고 염색도 하지말고 치마도 입지 말란다.

한 학기 꾹 참고 2학년이 되어서 신나게 풀메이크업을 하고, 매일매일 옷을 코디하며 멋을 부리고 살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힘든것도 모르고 열심히 화장을 했다. 물론 화장을 지우는 건 너무 귀찮았다.


주변에 남자들은 내가 화장을 스모키로 한 날엔 너무 쎄보인다고 연하게 하는게 예쁘다고 했다.

화장을 안한건 아니지만 착하고 청순한 컨셉(?)으로 한 날엔 이게 훨씬 이쁘다며 본인들이 내 외모에 더 만족스러워 했다.



어느날,

집에 돌아와 세안을 하고나면 화장 전후에 괴리감에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과연 주변 사람들이 내가 화장을 해서 좋아하는지, 본래의 나를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나씩 화장을 줄여보기로 마음 먹었다.

눈화장을 생략했다.

역시나 주변의 남자들이(동기, 선배, 조교 등) 눈화장을 안했다고 한소리를 했다. 


W H A T ? 화장법에 훈수를 두던 사람들이 화장을 안한 것에 지적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계속 줄여나갔다. 분명 화장을 한 나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내가 꾸미지 않아도 내 옆에 남아주는 사람들에게 더욱 진심을 느꼈으니까,



회사를 갔다.

대표가 "염색은 안하니? 화장은 안하니?" 묻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눈화장은 안한지 오래였고, 파운데이션과 립스틱 정도 발랐지만 화장을 하고 출근을 하면 이미 화장은 다 날라가 있었다. 수정화장도 귀찮았다. 안했다.


지금은 파운데이션도 바르지 않고 립스틱 정도 바른다. 나의 원래 입술색에 아직 적응이 덜 되었나보다.


이러한 긴 과정을 통해 나는 나의 본연의 모습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생각해보니 너무 억울했다.

내가 뷰티프로에 시간을 쏟고 공부하고 화장품을 구매하고 꾸미는 과정이 내가 진짜 좋아서가 아니라 아주 순하디 순하게 사회화로 길들여진 것이라는 걸.


내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외모의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거울을 들여다보고 시간을 쏟은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다.


지금은 나의 마음이 불편한 행동들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내 몸이 불편한 옷들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진짜 나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

그렇게 나는 서서히 나를 인정하고 만족하고 있다.


이렇게 내가 하는 행동들을 요즘에는 '탈코르셋'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았다.

페미니즘에도 관심있다보니 알게 된 단어이다.


중학생, 고등학생, 심지어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화장을 해야 예쁨을 받고, 하지 않으면 찐따라는 소리까지 듣는다는 뉴스를 접하다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어른들은 항상 얘기하지 않냐, 너희들은 맨얼굴이 제일 예쁘다고.

그런데 미디어와 광고, 유튜브에서는 각종 학생 화장법을 알려주고 그에 따른 화장품을 파는 상술이 지속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친구들이 하면 나도 해야되고, 그렇지 않으면 찐따라고 불리는 세상에서 주체적으로 화장을 거부할 수 있을까?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보이는 것들... 괜스레 조금 나이를 더 먹은 나로서 미안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이제와서 모두에게 "화장을 하지마라!!" 하는 것도 너무 웃기지만, 


지금처럼 학생들이 화장을 하지 않는다고 찐따소리를 듣고, 여자들이 외출을 할 때 화장을 하고가야 예의를 차리는 게 당연한 세상이 아니라...
화장을 안해도 당연한 사회에서 "화장은 나의 취미야, 내가 좋아하는 거야"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모두가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들지라도, 스스로는 타인에 시선보다는 내면을 바라보고 본인이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좋겠다.



조금씩, 조금씩 나를 마주하는 연습을 하는 것.


그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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