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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서

책은 도끼다 | 책이 우리를 깨우지 않는다면, 왜 그 책을 읽는거지?

by harumood 2018.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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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책에서 책을 영업당하다.

박웅현 작가의 '여덟단어'를 인상깊게 본 후 지인에게 선물받은 '책은 도끼다'.


저자의 말을 읽으면서 어쩜...


첫장부터 내마음을 설레이게 만들었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말」, 『변신』중에서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머리를 팡 하고 한대 맞은 듯한 느낌의 구절이었다. 시작부터 느낌이 좋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도끼였던 책들을 공유한다. 그리고 나는 영업을 당했다.


덕분에 나 역시도 고전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으며, 사람에 대해 다시 궁금증이 생겼다.


톨스토이, 밀란쿤데라, 알랭드 보통 이름만 유명하지, 나에게는 어떠한 정보도 없던 이 작가들의 책이 궁금해졌다. 


이 책들을 읽고나면 나의 촉수가 더 예민해지고, 감성이 더 풍부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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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생때 누군가 나에게 책을 왜 읽냐고 물었을 땐,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서' 라고 답했다면

지금은 '나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 라고 대답하겠다. 


세상은 의외로 멋지고, 그것을 알기 위해선 감수성 역시 깨어있어야 한다.




14

한 달에 세 권 정도 읽는 건데 독서량이 많은 건 절대 아니죠. 대신 저는 책을 깊이 읽는 편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꼭 꼭 눌러 읽습니다.


나와 같은 독서법을 가진 작가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책을 좋아하지만 많이 읽지는 못한다. 다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년에 한번 정도 하지만 생각뿐이다. 어릴때부터 명언이나 어떠한 문구에 꽂히면 그것을 기록하고 여러번 다시 꺼내보는 습관이 있었다. 초등학생때부터 수첩에 메모를 하면서 커왔으니 대략 10년 이상은 된 습관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블로그에도 항상 책을 읽고 다시 읽어보기 위해 문장을 필사하려고 한다.


작가의 말대로 나 역시 한 문장 한 문장 꼭 꼭 눌러 읽고 있다.



23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이 사람의 힘인 것이죠.


나도 이런 힘있는 사람이고 싶다. 나의 감성이 그러하고 싶다.



32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최인훈 [광장]


인간은 기본적으로 입과 항문이다. 나머지는 다 부속기관이다.

-김훈


최인훈과 작가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의 상반됨을 보라.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만질 수 있게 만든 것이 '몸'이라는 글을 보고 

"아 역시 작가는 다르구나" 생각하는 찰나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간은 기본적으로 입과 항문이다. 나머지는 부속기관이다라며 팩트체크를 해주시는 김훈 작가.


한가지를 바라보고도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너무 재밌다.



34

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일 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줄 친 부분이라는 것은 말씀드렸던, 제게 '울림'을 준 문장입니다. 그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책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나에게 '울림'을 준다면 그 책을 잘 읽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읽은 많지 않은 책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기준을 세워주기도 하고 가치관을 형성해주기도 했으니... 그래도 나름 잘 읽어온 것 아닐까..?ㅎㅎ



39

껌은 빳빳하지요.

그러나 입속에 넣으면

사르르 녹지요.

아무리 나쁜 사람도 

껌과 같지요.


모두가 나쁜 사람이라고

팽개쳐버려도

누군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싸 주면

껌과 같이 사르르 녹겠지요.

딱딱한 마음이

껌과 같이 되겠지요.

- 부산 감전국교 6년 김경숙, [껌 같은 사람]


작가가 소개해준 학생들의 글에는 그 순수함과 낭만이 담겨있다.

사람을 껌에 비유하는데, 너무 공감이 된다.


결국 사랑으로 감싸주어야한다는 교훈까지 주는 너무 멋진 시.



47

그래서 저는 순간순간 행복을 찾아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행복은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그러나 풍요롭기 위해서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같은 것을 보고 얼마만큼 감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풍요와 빈곤이 나뉩니다. 그러니까 삶의 풍요는 감상의 폭이지요.


풍요로운 삶을 원하는 나, 그래서 더 많이 감상하고 느끼고 표현하고 싶다.



49

[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은 "문화미와 예술미는 훈련한 만큼 보인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공감해 마지 않는 것이, 전시회를 가나, 어느 지역에 놀러 간다 하더라도, 아는 만큼 보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텍스트를 좋아한다. 텍스트를 바탕으로 쌓인 지식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훨~씬 재밌고 즐겁게 감상하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77

다시 한번 말하지만 책을 왜 읽느냐, 읽고 나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볼 수 있는 게 많아지고, 인생이 풍요로워집니다.


나도 함께 다시 한번 되뇌이지만 읽고 나면 달라지고, 볼 수 있는 게 많아지고,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인문학, 너무 좋다 !



97

인간은 보편적 죽음 속에서, 그 보편성과는 사소한 관련도 없이 혼자서 죽는 것이다. 모든 죽음은 끝끝내 개별적이다. 다들 죽지만 다들 혼자서 저 자신의 죽음을 죽어야 하는 것이다.

- 김훈


나는 이게 너무 현실적이라 슬펐다. 


인간의 죽음은 끝끝내 개별적이다. 

인간의 고통도 끝끝내 개별적이다. 

인간의 삶도 끝끝내 개별적이다.

다들 살지만 다들 혼자서 저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3강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내가 영업당한 알랭 드 보통...흐어어 가을에 이 책을 보는게 아니였어...ㅠ_ㅠ



104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쉽게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이다.

- 알랭드보통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일 수가 없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되돌아 보면 이런 경우가 허다했다는 게 정말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105

우리 모두는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해서 사랑에 빠지며, 우리의 무지를 욕망으로 보충한다.

- 알랭드보통


정말 그런 것 같다. 상대방의 어느 한 면만 보고 온전히 괜찮다고 생각하며 만난다. 그리고 하나씩 단점을 맞딱드린다. 나의 무지는 나의 욕망으로 보충한다.



108

그러니까 냉정하게 말하면 '그 사람'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그냥 그 순간에 '어떤'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누구든지 상관없다. 나의 외로움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면... 


사람을 사랑하는 걸까? 사랑을 사랑하는 걸까?



110

그래서 사람들은 현실에서 자기들이 충족시키지 못한 걸 예술에서 얻으려고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예술이 생활을 모방해서 실제 침대가 있는데 그와 비슷한 침대를 그리고, 사과가 있는데 그와 비슷한 사과를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림 속 침대와 비슷한 침대를 사는, 생활이 예술을 모방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예술이 좋다. 따라하고 싶다. 내것으로 만들고 싶고 알고 싶다.

이 과정도 역시 사랑과 비슷하다. 현실에서 충족하지 못하는 것을 또, 사랑한다.



116

다른 영역에서와는 달리,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다.

- 알랭드보통



122

삶, 즉 사람의 힘, 기쁨의 힘, 감탄의 힘을 모두 포함하는 삶 외에 다른 부는 없다. 고귀하고 행복한 인간을 가장 많이 길러내는 나라가 가장 부유하다. 자신의 삶의 기능들을 최대한 완벽하게 다듬어 자신의 삶에, 나아가 자신의 소유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는 영향력을 가장 광범위하게 발휘하는 그런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풍요로움이라는 것은 결국은 감수성과 감성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123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니까,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려다보니 결핍이 생기는 겁니다. 하지만 행복은 발견의 대상이에요. 주변에 널려 있는 행복을 발견하면 되는 겁니다.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은 너무 많다. 특히 순간 순간의 행복들.

다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면 순간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도 없을테니, 당연히 행복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128

책은 그 자신만의 발달한 감수성으로 우리를 예민하게 하고 우리의 숨겨진 촉각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129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 카프카


책은 도끼다. 제목이 나온 이유가 여기 있었네~:)



196

기자가 "지금 당신한테 가장 중요한 일과 가장 중요한 사람을 얘기해주세요"라고 톨스토이에게 물었답니다. 그러자 답하길,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신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이 인터뷰다"라고 했습니다.

- 톨스토이




200

사람은 다 다르고, 각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요.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우리의 욕망으로 채워넣고, 제멋대로 실망하곤 다툴 필요가 없어요. 무화과나무 아래서 버찌가 열리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니까요.




218

(...) 이 겉에 보이는 세상의 모습은 아름답지만 그것은 허물어지게 마련이니 그 아름다움을 절망적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그 모방 불가능한 언어로 말해 줄 필요가 있었다.


절망적으로 사랑하라,


모순적이지만 이해가는 말. 나에겐 너무 마음 아픈 말.


순간을 카르페디엠 해야하는 이유.



249

(...)밀란 쿤데라는 이 사랑이야말고 진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연민, 즉 동정심은 타인의 불행을 함께 겪을 뿐 아니라 환희, 고통, 행복, 고민과 같은 다른 모든 감정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감정이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장 최상의 감정이라는 겁니다.


오래도록 함께 잘 살아가는 부부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은 서로를 연민한다는 것이다.


"나의 남편, 참 불쌍해 힘든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그가 너무 가엽고 딱하다. 내가 더 잘해줘야지.

나의 아내, 참 고생하고 희생하며 살아왔지. 내가 더 잘해줘야지."


뭐 이런 마음으로 끝까지 백년해로 하는 것이 아닐까?


연민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다르겠지만 연민 또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268

그러나 분별지를 가짐으로써 똥이 창피해졌고, 낙원에서 추방된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어쩌면 그냥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데, 분별지를 갖고 영혼과 육체를 분리해 불행이 시작된 거죠. 선악과가 분별지예요. 테레사는 자신의 생리대를 빨래할 때 창피해하지만 카레닌의 월경을 처리해줄 때는 아무런 느낌이 없어요. 이 분별지가 우리를 키치의 세계로 들어가게 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동물들은 아직 낙원에서 쫓겨나지 않은 거죠. 인간만 쫓겨난 거예요. 그래서 밀란 쿤데라는 행복은 원형 속에, 영원회귀되는 것 속에 있다고 말합니다.

(...)

영원회귀, 반복되는 단조로움과 권태가 있어야 다음을 기대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그 분별지 덕에 나를 검열하고 또 검열하고 또! 검열하고...

이제사 그걸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아이고 두야...ㅎㅎㅎ



288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너무나 유명한 문장, 누구의 글인지도 모른채 기억하고 있었다.


알게 된 순간,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를 읽고 싶어졌다.



290

우리 시대로 예를 들어볼까요? 솔직히 말하면 환경에 관심 없는데 요즘은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멋지니까 환경운동가인 척해요. 또 요즘은 강남의 트렌드세터들이 고양이를 좋아한다니까 고양이에 관심을 보이고, 남녀가 유별하다고 생각하는데 인류의 해방을 위해 남녀가 평등해야 한다고 말하는 쪽이 멋있어 보이니까 남녀평등을 외쳐요. 동성애도 마찬가지죠. 소수자를 이해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선을 긋는 사람들도 많아요. 단적으로 투표한 걸 보면 아는데, 주변에 모두 진보적인 사람들뿐인데 정작 우리나라는 보수가 중심이 되고 있죠. 정치적 지론이나 견해를 자신이 선택하지 않고 주변의 흐름을 따르는 사람들. 정말 유행하는 모자 고르듯 철학과 가치관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300

저도 그래요. 나쁜 사람 만나면 거칠어지고, 좋은 사람 만나면 착해지고, 조용한 사람을 만나면 차분해지죠. 이게 저고, 안나고, 브론스키고, 바로 우리들입니다. 때문에 톨스토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아주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죠. 극적인 게 아니라 매우 사실적인 거예요.



334

예술의 격조란 정확히 감상자의 수준과 자세만큼 올라간다.


우리가 얼마큼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예술이 달라진다는 거죠.



337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법정스님 -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343

제가 늘 말하지만 깨달음이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낡은'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불교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숨겨져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영업당한 책

톨스토이, 알랭드 보통, 밀란 쿤데라 

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내년에는 이 4권의 책을 꼭 읽어보리라.


책은 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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